시(詩)/시(詩)

이기인 - 밥풀

누렁이 황소 2019. 12. 10. 15:26

 

오늘 밥풀은 수저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풀을 그릇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그릇엔 초저녁별을 빠뜨린 듯

먹어도 먹어도 비워지지 않는 환한 밥풀이 하나 있네

밥을 앞에 놓은 마음이 누룽지처럼 눌러앉네

떨그럭떨그럭 간장종지만한 슬픔이 울고 또 우네

수저에 머물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이 저녁의 어둠

이 저녁의 아픈 모서리에 밥풀이 하나 있네

눈물처럼 마르고 싶은 밥풀이 하나 있네

가슴을 문지르다 문지르다 마른 밥풀이 하나 있네

저 혼자 울다 웅크린 밥풀이 하나 있네

(그림 : 이인성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