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권달웅

권달웅 - 애기똥풀 꽃의 웃음

누렁이 황소 2019. 12. 6. 14:52

 

 

꽉 막힌 추석 귀향길이었다

참아온 뒤를 보지 못해

다급해진 나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산골 외진 숲 속을 뛰어 들었다

 

벌건 엉덩이를 까내리자

숲 속에 숨었던 청개구리가 뛰어올랐다

향기로운 풀내음 속에서

다급히 근심거리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리를 듣고

풀벌레들이 울음을 뚝 그쳤다

 

(쉿! 조용해! 무슨 소리가 났지?)

 

이 삼라만상의 갖가지 일에 부딪치면서 살다보니

더러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참으며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처럼

참으로 힘드는 건 똥 참는 일이다

참으로 시원한 건 똥 싸는 일이다

 

숲속의 애기똥풀 꽃이 노랗게 웃었다

(그림 : 윤수영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