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권달웅

권달웅 - 연밥

누렁이 황소 2019. 12. 6. 14:47



 기름종개 방개 소금쟁이 연꽃을 피운다. 연꽃 지고 나면 그 자리에 진흙으로 구워낸

연밥이 열린다. 정성들여 지어올린 밥이나니 한 톨이라도 흘리지 말고 공손하게 받아

먹어라. 연밥엔 이미 산들바람이 먼저 와 한 숟가락씩 떠먹고 간 구멍이 남아 있다.

 

  앞산 그림자 내리고 동자승 볼 같은 홍련 연못에 흔들리면, 네 크고 부드러운 손으로

정성들여 지은 밥 한 그릇 퍼먹고 가겠다.

(그림 : 김순이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