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상국

이상국 - 아버지의 집으로 가고 싶다

누렁이 황소 2019. 12. 3. 17:41

 

 

벌써 오래 되었다

부엌 옆에 마구간 달린 아버지의 집을 떠나

마당도 굴뚝도 없는 아파트에 와 살며

나는 그게 자랑인 줄 알았다

 

이제는 그 부드러운 풀이름도 거반 잊었지만

봄 둑길에 새 풀이 무성할 때면

우리 소 생각난다

 

어떤 날 저녁에는

꼴짐지고 돌아오는 아버지 늦는다고

동네가 떠나갈듯 우는 울음소리도 들었다

 

이제는 그 소도 아버지도 다 졸업했다고

이 도시의 시민이 되어 산지 오래인데도

우리 소 잘 먹던 풀밭 만나면

한 짐 베어지고

그만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림 : 김대섭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