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김정석 - 제련(製戀)
누렁이 황소
2019. 12. 1. 17:58
제철소 열연 공장 천 도로 달군 쇠가
초속 이십 미터로 달린다
빨갛게 달굴 때는 언제고
너무 달아올랐다고
두들기며 물 뿌린다
단단해져라
질겨져라
팔려나갈 몸을 만들려면 그 정도로는
안 된다
때릴수록 제 몸이 더 멍드는 게
쇳덩이다
식힐수록 제 몸이 달아오르는 게
사랑이다
여름도 겨울도 여기는
천 도 언저리
살다가 그게 그거다 싶어지면 여기 와서
보는 거다
여기서 멈춰야겠다 싶으면
확 부어
쇠로 굳혀 버리는 거다
(그림 : 한경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