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강산 - 방짜 유기. 놋주발
누렁이 황소
2019. 12. 1. 17:51
눈코입과 살과 뼈
육신이 투명해지도록 두들겨 맞고
비로소 밥 한 그릇 담는다
저 금빛 피멍
점묘화처럼 빈틈없이 찍힌 흉터
그러나 저들의 매질, 눈여겨보면
그건 단순히 밥그릇의 성형이 아니다
제 몸의 담장 허무는 일이다
내 놋주발에 밥 한 그릇 제대로 담지 못해
아침마다 숟가락 거머쥐는 것은
아직 매 덜 맞은 때문
손이 발이 되고 발바닥이 입이 되는
저 무한 경계의 사랑
이루지 못한 때문이다
(그림 : 김순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