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나상국 - 구절초 필 때면

누렁이 황소 2019. 11. 24. 11:35

 

처음에는 낯설었다

그녀를 만났을 때처럼

 

무지랭이 약수터를 지나

산길로 오르는

구릉지 오른쪽 햇빛 좋은 곳

 

오랜 세월 돌 보는 이 없이

비바람에

온몸을 내맡겨

낮아질 대로 낮아진 무덤 하나

가는 허리 산들산들 흔들며

하얀 웃음으로

무리 지어 손 흔들던 구절초

 

잊혀져 가던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도

왠지 모르게

낯설었지만

그녀는 그냥 좋다는 듯이

말없이

하얗게 웃고 있었다

가을여인의 향기

물씬 풍기는 구절초처럼

(그림 : 안모경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