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수우

김수우 - 저, 낙타

누렁이 황소 2019. 11. 24. 00:01

 

 

내내 마른 목젖으로

신기루를 걸어

닿고 싶은 데 어디일까 저 낙타는

보지 못한 초원을 그리워하는 법이 아니라고

제 마음에 미리 말해 두었는지

빈 하늘 첩첩 껴안고 넘는 모래 언덕

그 몸 안에 침묵의 사원을 지었다

사원의 뒤뜰에서 발효되고 있는 이름

어떤 바람으로 피어나려는 걸까

멀리 사람들이 서성인다

 

평생을 걸어도

마지막 무릎을 꿇을 곳, 결국

사막 한가운데임을 되뇌는 걸까

자유란 모랫길만큼 지루한 지평이라고

제 마음에 미리 말해 두었는지

그 몸밖에 잿빛 봉우리 하나 일어선다

콧잔등에 묻은 노을을

긴 속눈썹으로 걷어올리는 저 낙타

눈망울에 잠긴 저녁하늘이 깊다

곧 별이, 풀 씨 같은 별이 뜨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