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권순자 - 내 몸에도 섬이 있다

누렁이 황소 2019. 11. 17. 13:21

 

 

외로운 밤 등을 켠다

등을 켜도 나의 등에는 불빛이 닿지 않는다

가장 외로운 구역 나의 땅

 

고통의 시간이 몸을 흔들 때

등에는 비린 슬픔이 자라고

비굴한 웃음이 얼굴에 번들거릴 때

등에는 분노가 자란다

 

웃음 속에 숨어도

등은 솔직하다

 

등이 무거울수록

어둠이 짙다는 것을

외로움이 깊다는 것을

 

등짐이 무겁다는 것은

허리를 더 숙이고

그림자 무게가 무거워진다는 것을

빛을 향할수록 등 그림자 짙어지고

침묵이 깊어간다는 것을

 

찬란한 빛과 마주할 때 어둠을 지고 있는

등이 고독한 구역에서

늙어간다는 것을.

(그림 : 김종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