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표성배 - 짐짓 모른 체
누렁이 황소
2019. 11. 13. 01:57
한 발짝이나 비켜서서 걷는 그림자를 부러 못 본 체
그냥저냥 걸어 볼 일이다
개나리꽃 노랗게 물들면 따라 그림자도 노오랗고
찔레꽃 하얗게 물들면 따라 그림자도 하이얀
노을이 내 이마 어디쯤 머물다 가면
따라 내 이마가 붉게 물드는 그런 길 한 번쯤
그냥저냥 걸을 일이다
가다 지치기라도 하면
잠시 노을의 옷섶을 끌어다 짐짓 모른 채 깔고 앉아 볼 일이다
어느새 따라 엉덩이 걸치는
그림자 엉덩이를 토닥토닥거리다 보면
내 이마 어디쯤에도 반짝 별 하나 슬쩍 자리 잡는데
그때서야 왔던 길 길게 되돌아볼 일이다
(그림 : 조안석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