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정이랑 - 감자

누렁이 황소 2019. 11. 10. 20:05

 

 

저녁 반찬으로 감자뽂음이 먹고 싶어졌다

우유빛 살결에 짭짤한 소금을 뿌려

흰 쌀밥과 걸쳐 놓고 싶어졌다

퇴근 길 한 봉지를 껴안고 돌아왔다

얼른 속살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한 알 한 알 외투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 다 벗겨낸 감자의 속마음

여기 저기 멍들고 썩어 있기까지 했다

감자는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오는 시간을,

감자는 얼마나 기다렸을까

삶은 보여지는 것과 다르다는 걸

감자에게 나를 들킨 저녁이다

(그림 : 신혜경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