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재학 - 밥을 위하여

누렁이 황소 2019. 10. 25. 10:31

 

삼백 원짜리 라이터를 사서

담배를 피며 새벽 속으로 간다

 

화단의 붉은 다알리아처럼

오늘은 활짝 피어야 한다

 

꽃잎 떨어지는 신음을 들으며

인력사무소 처마 밑에 서 있다

 

삼백 원짜리 라이터를 꺼내

담배를 피며 한낮 속으로 간다

 

한 모금 남은 미래도

온전히 내 몫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밥을 위한 수고로움이

손 흔들지 않고 지나가고 있다

(그림 : 김구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