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변송 - 출항

누렁이 황소 2019. 10. 24. 16:49


 

방파제를 삼킬 것 같은 높이와
종일 사투를 벌인 어부는
등대에 기대어 어둠을 덮고
항해지도에 빠져 든다
먼 바다에서 비수를 품은 해일이
한 판 결전을 벼르고 있을 것이다
죽살이 끈을 놓지 못한 어부는
다가 설 여명에 눈을 붙이고
비린 만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손바닥은 늘 젖어 있어야 하고
선착장 불빛이 야위어지기 전
어둠에 바람이 잠든 사이
어부는 항구를 박차고 나선다

(그림 : 김정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