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사랑 - 눈물 한 국자

누렁이 황소 2019. 10. 24. 11:41

 

 

황학동 시장에서 봄을 기다리며

자판기 커피 한잔으로 마음 데우는데

노인이 가지런히 늘어놓은 물건 중에

오랜 세월 나를 기다렸다는 듯 낡은 박달나무 국자 하나가

내 품에 뛰어듭니다

온기가 느껴집니다

수백 년 전 그 나무 스치던 바람 소리가 들립니다

우묵한 몸

얼마나 많은 것들을 퍼 주었나

뜨겁고 차가운 것에 트고 갈라진 입술로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누가 별국자를

저 하늘에 걸어 놓았을까요?

물음표 닮은 국자는 영원한 수수께끼입니다

한평생 자식들에게 남김없이 퍼주고 담아주고

빈 국자로 남은

김국자 내 어머니,

간장종지만한 내 그릇 너무 작아서

늘 넘쳐흘렀을 눈물 한 국자

늦은 밤 부엌 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림 : 조선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