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박미란 - 혼자 걸어가는 날
누렁이 황소
2019. 10. 23. 15:27
나를 바라보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요
엄마, 방금 한 남자를 죽였어요
총구를 그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인생이 막 시작되었는데
지금 내가 다 팽개쳐버린 거예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 것은 없어요
정말 추웠어요
중얼거린 그때 그 순간부터
용서하지 못할 일은 늘 가까운 곳에 있었지요
허공을 데려오던 숲은
높은 가지 위에 바람을 매달아 두고
가끔씩 나를 흔들어 깨워야 했어요
한낮인데 왜 이리 캄캄해요
밤은 어디서 출발해 언제 도착하지요
이제 사람들은 따라오지 앟아요
앞장서서 걷다가 뒤돌아보지 말아야 했어요
입구를 찾던 골목이 모퉁이를 버리듯
홀로 남아있었어요
너무 어두워 더 걸어갈 수 없는 것들이 길이 될 때까지
엄마, 방금 한 남자를 죽였어요 총구를 그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인생이 막 시작되었는데 지금 내가 다 팽개쳐버린 거예요
Mama just killed a man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
Mama life had just begun But now I`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
Queen - Bohemian Rhapsody 의 노래 가사 인용(박미란 시인)
(그림 : 정세화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