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최영미 - 기다린다는 건
누렁이 황소
2019. 10. 13. 17:05
당신을 기다리며
그녀 앞에 쌓인 찻잔
하나,
둘,
셋,
기다린다는 건
가슴속에 여린 들풀 하나 기르는 것
물을 먹고 시간을 먹고
그리움 먹고 무성무성
가지를 뻗고 새끼를 쳐
마침내 숲을 이뤘을 때
그녀 가슴이 온통 푸르 푸르게 멍들었을 때
기다린다는 건
너무 오래 기다린다는 건
반란을 꿈꾸는 것
그녀는 떠나리
바람 속으로 떠나리
(그림 : 권대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