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함순례 - 추석 무렵
누렁이 황소
2019. 10. 12. 12:40
빗소리가 유리창을 두드려댄다
빗방울이 굴러 떨어지는 대추나무 이파리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음 내비추지도 못한 채
꾸중 듣고 서 있는 아이처럼
엉거주춤 차렷 자세
빗물은 홈통을 타고 세차게 흘러내린다
연일 비 소식,
비도 어딘가 바삐 달려가는 것만 같다
비의 고향에도 양철지붕과 돌담이 많을까
아니 회색 기와가 고즈넉한 그런 마을인가
발걸음 타다닥 세우고 달려가는
비의 행방을 쫓아가면 처마 끝 빗소리 들으며
라디오 끼고 깔깔거렸던 풍경에 닿을 수 있을까
폭우에 잠긴 벼 포기와 씨름하던
아버지의 불콰한 얼굴과 만날 수 있을까
어스름 저녁인 듯 적막이 내려앉는
이른 아침
어지러운 머릿속을 달려가는
말이 있다 그립다, 그립다
(그림 : 전성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