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전동균 - 마흔이 넘는다는 것은

누렁이 황소 2019. 10. 9. 12:06

 

가장 추운 겨울 날
식구들 몰래
풍경 하나 매다는 일

밀물이 들 듯
밀물에 배가 떠올라 앞으로 나아가듯
울리는 풍경 소리에
멀리 있는 산이 환하게 떠오르면
그 산 속, 배고픈 짐승의
흩어진 발자국 같은 것도 찾아보는 일

마흔을 넘는다는 것은

찬바람 속에 풍경하나 매달고
온종일 그 소리를
혼자 듣는 일
풍경 속에 잠든 수많은 소리를 모셔 와, 모셔 와
그 중 외롭고 서러운 것에게는
술도 한 잔 건네는 일

더러는 숨을 멈추며
싸락눈처럼 젖어드는 고요에
아프게, 아프게 금이 가는 가슴 한쪽을
오랫동안 쓸어 주는 일
그 끝에 반짝이는
검은 우물을 잠시 들여다보는 일

(그림 : 장용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