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사라

이사라 - 다시 눈길을 주다

누렁이 황소 2019. 10. 11. 09:30

 

 

봄꽃이 진다

 

한시절 살다 지는 그 자리에 눈길 주면

나와 마주한 적 있던 그 꽃

상대를 가진 사람처럼 따뜻하다

 

우리는

입술에 내려앉은 뭉클한 세월을 지나며

서로의 등이 붙은 듯

자신의 앞을 보고 살지만

 

그래도

눈길을 줄 수 있는 진 꽃들이 있어

 

웃고 울고 싶어도

 

울어지지 않는 곳에서는

웃고 싶어도

 

이미 충분한 봄꽃들

너무도 충분했던 봄 시간들

(그림 : 박용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