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최두석 - 의심 많은 새는 알을 품지 못한다

누렁이 황소 2019. 9. 30. 20:11

 

점봉산 곰배령 오르는 길에

연령초꽃 함초롬히 피었기에

향내 맡으러 다가가는데

근처 덤불 속에서 부비새가 포르르

인기척에 놀라 황망히 날아갔다

 

새가 날아오른 자리 유심히 살피니

둥지와 품던 알이 있어

어미새에게는 미안한 노릇이지만

파르스름한 새알의 온기도 느껴보고

사진도 두어 장 찍었는데

 

그 둥지에서 어미새가 다시 알을 품었는지

새끼를 몇이나 길러냈는지는 모르나

나 문득 하던 일 손 놓고 싶어질 때면

파르스름한 새알을 떠올리며 되뇌인다

의심 많은 새는 알을 품지 못한다고

(그림 : 김명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