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길원 - 해이리 가는 길
누렁이 황소
2019. 9. 27. 21:22
이제 돌아가련다. 노을이 지기 전에
빈 수례 자갈길 넘듯 덜컹거리며
때로는 술 취한 사람 휘청거리듯
길을 잃기도 하고
가는 곳 어디인지 모르며 헤매던 길
잠시 벗어나 해이리로 가련다
내게 절망이 있었다면
그만큼의 희망도 있었을 게다
절망의 깊이만큼 기어오를
오기(傲氣) 또한 있었을 게다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가슴이 시리도록 고운
해이리 노을 앞에 서련다
그리곤
시간의 저편과 삶의 저편을 보리라
(그림 : 안모경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