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희중 - 비를 가르쳐주는 사람

누렁이 황소 2019. 9. 22. 11:32

 

한적한 이차선 도로가 지나는

중학교 앞 큰 교회 옆

소박하지만 제 나름 멋을 낸 동네 카페 테라스에서

젊은 엄마가 두세 살 아이를 안고

비 내리는 처마 밖으로 손을 내밀며

무언가 작은 소리로 이야기한다.

 

이봐.

이런 게 비야, 비.

가끔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지.

 

오래전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어느 날

두세 살 내게도 비를 가르쳐 준 사람이 있었을 텐데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

(그림 : 임종렬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