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권정생 - 소 1

누렁이 황소 2019. 9. 20. 13:27

 

보릿짚 깔고

보릿짚 덮고

보리처럼 잠을 잔다

 

눈 꼭 감고 귀 오그리고

코로 숨 쉬고

 

엄마 꿈 꾼다.

아버지 꿈 꾼다.

 

커다란 몸뚱이,

굵다란 네 다리.

 

―아버지, 내 어깨가 이만치 튼튼해요.

가슴 쫙 펴고 자랑하고 싶은데

그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소는 보릿짚 속에서 잠이 깨면

눈에 눈물이 쪼르르 흐른다.

(그림 : 강연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