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최갑수

최갑수 - 미루나무

누렁이 황소 2019. 9. 15. 11:28

 

나를 키운 건
다름아닌 기다림이었습니다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마세요
당신이 떠나가던 길
나는 당신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
흔들려주었으니
당신이 떠나간 후
일말(一抹)의 바람만으로도 나는
온몸을 당신 쪽으로 기울여주었으니
그러면 된 것이지요, 그러니 부디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마세요 

 

내 기다림은 그렇게
언제나 위태롭기만 한 것이었습니다

(그림 : 이황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