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안이삭 - 추석

누렁이 황소 2019. 9. 12. 13:04

 

 

이제 그만 일어나라는 고함에

'안녕히 주무세요'하고 잠꼬대 하는 딸이나

차례상 다 차려질 즈음 부스스 일어나

겨우 씻고 나오는 아들을

믿어도 될까?

그러니 여보

우릴랑은 죽기 전에 보험 하나 들어 놉시다

명절이나 기일에 제사상 차려주는 보험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제삿밥 먹으러 오는지 안 오는지는

죽어봐야 알 일

그까짓 거 아무 쓸 데 없다고

해외여행 떠난 최부장네 아버지가

헛걸음하고 돌아간다면 얼마나 서운하시겠어

그런 보험 하나 있으면 좋겠네

쓸데없어도 좋고 써먹으면 다행이고

이것이야 말로 보험의 진수!

혹시 알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될지

어쩌면 교회 댕기는 사람들도

비밀리에 가입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겠네

어디까지나 보험은 보험이니까

 

삼색나물을 보기 좋게 옮겨 담던 마누라와

병풍에 행주질 하던 남편이 키들키들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