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이상인 - 순천역이 가슴 속에서 떠나갔다
누렁이 황소
2019. 9. 7. 11:12
순천만 비상하는 흑두루미를 배경으로
흐릿하게 찍힌 사진 속에서
불현듯 되살아나온다.
역전 콩나물국밥집 해월식당에 남은
이빨자국 하나 꽉 문 깍두기
그저 이렇게 저렇게 왔다가 가면서
폐허처럼 깊은 그리움을 남긴다.
무수한 발자국 위에 또 하나
지워지지 않는 인연의 흔적을 찍듯이
마음만큼 뜨겁던 세월의 뚝배기도
어느덧 바람처럼 뚝딱 비워지고
더러 보내고 남는다는 것이
몸 깊숙이 박힌 이빨자국 하나 품고
오래 견디는 일이거니
무리지어 날아와 혼자이듯 앉았다가
대오를 이루어 날아가는 철새처럼
우리는 늘
깊은 상처를 서로 어루만지며
서둘러 떠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순천역(順天驛) : 전라남도 순천시 팔마로 191번지
경전선, 전라선에 있는 기차역으로 경전선의 평화역과 원창역 사이, 전라선의 동순천역과 성산역 사이에 있다.
(그림 : 김덕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