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조양상 - 쑥부쟁이

누렁이 황소 2019. 9. 4. 13:38

 

 

흐드러져야만

절절해야만

내게 오는 너는 늘 빈손이다


구구절절 애틋한 시간이

늦가을 저물녘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는데

 

갈 빛 서린 사향나무 숲에 들어

무서리 내린 산등성이를 내려놓아야만

그리움에 얼룩진 너를 만난다

 

피었다 지는 시간만큼

머물렀다 가는 시간만큼

너에게 가는 나도 늘 빈손이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

구름이 머물렀던 자리

다 덮느라 늘 빈손인 것이다

(그림 : 장용림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