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황영숙 - 갈대의 노래

누렁이 황소 2019. 9. 3. 11:12

 

 

 

스치듯 사는 삶이 무어 그리 힘드냐고

나무라지 마십시오

유채색 고운 꽃을 단 당신이

붉은 꽃 고운 꽃을 단 당신이

붉은 꽃 대궁 하나 세울 수 없는

내 허리의 통증을 알겠습니까

발목 앞에 쓰러진 꿈 세울 수 없어

스스로 여위어 가는 슬픔입니다

 

썩지 않는 뼈처럼 남아 있는 몸으로

덧없는 한 세월을 일으키려 했지만

산다는 이름으로

무너지는 울음이었습니다

 

목숨이라 부르기엔 겨운 모습으로

사랑할 일 있어서 고개 들어 보면

하늘엔 낮달 하나 눈물겹습니다

 

사는 법도 사랑하는 법도

모른 채 덮어두고

그냥 바람에 흔들리겠습니다

그냥 바람에 흔들리겠습니다

(그림 : 우혜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