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조선의 - 초롱꽃

누렁이 황소 2019. 8. 28. 16:04

 

편종소리가 꽃 그림자로 흩어지는 오후
순정의 날개 타고 맨 처음 공중으로 오를 때
꼿꼿이 흔들리기도 했겠지
사라지기 좋은 빛을 시샘하여
영혼마저 다 태우고 저렇듯 불을 켠다
하얗게 눈빛을 채색하듯 내뱉는 독백 모두
기억되지 못할 바람이었을까
늘 그쯤에서 빛 가닥을 움켜쥐고
간간이 머물기도 했을 그리움이
당신이라 호명되었을지라도
이별의 예정된 시간에서
때론 울기도 웃기도 했겠지
애틋한 사연을 침묵으로 내밀듯이
낯선 그리움의 범람을 어찌할 것인가

(그림 : 신재흥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