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윤제림 - 진달래

누렁이 황소 2019. 8. 19. 19:22

 

진달래는 우두커니 한 자리에서 피지 않는다

나 어려서, 양평 용문산 진달래가

여주군 점동면 강마을까지 쫓아오면서 피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차멀미 때문에 평생 버스 한번 못 타보고

딸네 집까지 걸어서 다녀오시던 외할머니

쉬는 자리마다

따라오며 피는 꽃을 보았다 

 

오는 길에도 꽃자리마다 쉬면서 보았는데,

진달래는 한 자리에서 멀거니 지지 않고

외할머니 치마꼬리 붙잡고 외갓집 뒷산까지 와

하룻밤을 더 자고, 그제서 지는 것이었다

(그림 : 한천자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