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윤제림 - 강을 건너며 다리한테 들은 말

누렁이 황소 2019. 8. 19. 19:11

 

 

한여름 태양이 아무리 뜨거워도

땀이 빗물처럼 흘러도

우리는 차렷 자세로 서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불쌍하게 보진 마세요

 

발이란 발은 모두

시원한 강물에 담그고 있으니까요

 

겨울 강바람이 아무리 매서워도

온몸이 오그라들어도

우리는 차렷 자세로 서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불쌍하게 보진 마세요

 

얼음장 아래 딛고 서 있는 발은

생각보다 따뜻하니까요

(그림 : 이완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