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고영민

고영민 - 수국(水菊)

누렁이 황소 2019. 8. 14. 12:23

 

 

비가 와 수국 향은 더 짙어지고
그 향이 당신에게 다녀가는 동안
수국은 고스란히 비어있지
에돌고 에돌아 당신에게 가는
거리만큼

수국은 비어있지
해질 무렵, 나는 텅 빈 당신을 생각해보고
물종지 같은 당신을
오래오래 생각해보고

주머니 속
쥐고 있던 마른 손을 꺼내어
젖은 허공에 펴보는 꽃이여
아, 수국은 참으로 멀리도 다녀갔지
지그시 문을 들어
열고, 닫고

(그림 : 김한연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