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유진 - 지켜본다는 말

누렁이 황소 2019. 8. 13. 21:49

 

지켜본다는 말 참 고마운 말이에요

애써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려는 건 아니죠

 

사람을 보는데 색안경은 필요치 않아요

해설도 자막도 없는 은막을 열면

진지하고 그윽한 눈빛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걸 알게 되죠

 

묵언이 차를 권하면

찻잔에 맴도는 향기로 우주의 파동을 느껴 봐요

그건 마음을 만지는 거예요

 

한 벌 누더기인생이 무슨 말을 할까요

남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겁하지 않고 비참하지 않겠다는 건

생의 존엄을 지키기 위함이죠

 

지켜본다는 말은 두고 보겠다는 경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지켜준다는 말이죠

사람을 알아봐 주는 것보다 고마운 일이 있을까요

사람이 사람을 지켜주는 것보다 눈물겨운 일이 또 있을까요   

(그림 : 최중섭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