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서상만

서상만 - 단추의 노래

누렁이 황소 2019. 8. 13. 15:29

 

당당한 한 생의 중심이 훈장처럼 눈부실 때

저 무소불위의 제왕을 위해 목을 걸었던 단추여

툭 툭 투둑 단추가 다 떨어졌다 씨앗처럼

사지가 맨몸이 되어도 아픔이 없던,

그대 명운을 다 하는 날, 무덤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결국 한 송이 꽃이 되었는가

민들레꽃으로 떨어진 금단추의 눈물도

풀잎위의 이슬로 진 은단추의 눈물도

황량한 내 마음 붙잡아매다가 다 바람 되어 갔다

 

옷소매를 여미던 자잘한 단추는 채송화가 되고

때 절은 플라스틱 단추들은 새가 되어 날아갔다

 

그대는 생생했던 내 생의 선생이었다

타든 속을 감춰주고 기운 몸을 바로잡아주고

엇길을 달리는 남루를 숨겨주는 기막힌 수문장이었다

불로불사의 영약을 만드는 연금술사였다

내 헐렁한 삶의 버팀목이었다

 

밤하늘 지친별이 쉬어가도록 단추를 풀어라

사랑은 아플 때까지, 눈비 오는 날에도

사람들의 가슴에 열매 맺는다

(그림 : 박재경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