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서봉교

서봉교 - 그게 그런 것

누렁이 황소 2019. 8. 8. 18:49

 

내 고향의 앞산과 뒷산은

일찌감치 제천의 시멘트 회사에서

산(山)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상고머리로 깎아버렸다

그때는 그 사실을 몰랐다

산에서 나오던 그 허연 석회를 무쇠솥에 볶아야

시멘트가 된다는 사실을

마흔이 넘어서야 기억하려 했지만

기억은 복원 되지 않았다

산이 단발령을 당 하는 것을 보면서

내 기억도 함께 잘려 나간 것이다

사람도 그런 것이다

변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바라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좋은 모습은 다시 기억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게

그런 것이다

다 그런 것이다.

(그림 : 신상국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