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정선희 - 6월, 찔레꽃

누렁이 황소 2019. 8. 7. 12:52

 

 

섬진강 강가를 달리며 장사익의 찔레꽃을 듣는다. 눈으로 입으로 귀로 파고드는 하얀 선율. 남편의 여자가

선물한 노래. 서예학원에서 만났다는 여자. 남편이 맨날 저 노래만 들었어. 저 노래를 들으며 밥을 먹고 저

노래를 들으며 잠을 잤어. 그 여자 때문에 남편은 자주 집을 비우곤 했어. 이혼하고 서울로 간 여자. 주소

나 달랑 들고 찾아갔지. 도와주세요. 무조건 무릎부터 꿇었지. 아이들이 어려요. 제발 남편을 놓아주세요.


그리 구질구질하게 살지 마세요. 그러니 남편이 바람을 피죠. 그녀의 옷차림을 보며 훈계를 했지. 그녀는

선심이라도 쓰듯 남편을 안 만나겠다고 했어. 결국 가정을 지켰지만.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가슴에 불은 끌 수 없어, 자다가 벌떡 일어나 찬물을 들이키고, 설거지 하다 접시를

맞은 편 벽 쪽으로 던지고, 6월이 되면 홧병처럼 피는 꽃. 찔레꽃이 펴야 섬진강이 흐르는데. 아주 천천히

울고 싶은데. 찔레꽃을 다 피워서 없애 버리고 싶은 밤. 찔레꽃이 싫다. 찔레꽃이 싫다. 찔레꽃이 좋다.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 장사익 노래 "찔래꽃" 가사 인용(정선희 시인)

(그림 : 한희원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