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고증식 - 내 몸의 잎새들

누렁이 황소 2019. 8. 6. 12:51

 

시원한 그늘을 위하여 나무들이
무성한 잎을 틔우는 건 아니다
한 세월 비바람 건너다보면
그늘은 절로 깊고 그윽해져
길 가던 나그네도 들고
지친 바람도 잠시 허리끈을 풀고
어린 새들도 둥지를 트는 것이다
저 싫다고 잎을 피우지 않는
나무가 어디 있던가
오늘도 나는 끓어넘는 땡볕 아래
비비 꼬인 내 몸의 잎새들
자꾸만 감추고 싶은 것이다
새 잎 한번
툭 틔워보고 싶은 것이다

(그림 : 양익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