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시(詩)

고증식 - 한낮을 지나다

누렁이 황소 2019. 8. 6. 12:49

 

 

깊어가는 가을 한낮

반환점을 돌아온 햇살이

슬금슬금 그늘로 내리고 있다

잠깐 졸고 있는 사이

빛나던 한 떼의 꽃무리 지고

어느새 너무 멀리 왔구나

이제 알곡들 걷히고 나면

찬 들에 짧은 겨울볕 지리라

내 남은 사랑 헤아려도 보는데

웃기지 마라 웃기지 마라며

배시시 손등 위로 내려앉는

노란 은행잎 한 장

(그림 : 안기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