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장석남

장석남 -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

누렁이 황소 2019. 6. 25. 11:51

 

어미소가 송아지 등을 핥아준다

막 이삭 피는 보리밭을 핥는 바람

아, 저 혓자국!

나는 그곳의 낮아지는 저녁해에

마음을 내어 말린다

 

저만치 바람에

들국(菊) 그늘이 시큰대고

무릎이 시큰대고

적산가옥

청춘의 주소 위를 할퀴며

흙탕물의 구름이 지나간다

 

아, 마음을 핥는 문밖 마음

(그림 : 박지원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