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정록

이정록 - 봄바람

누렁이 황소 2019. 1. 14. 20:56

 

 

식은 재 한 삼태기,

불 아궁이를 지나왔나요.

오늘은 호박 심는 날

봄바람이 따뜻하네요.

똥 웅덩이에 코를 대보고

거름 웅덩이에 손을 넣어보네요.

호박 모종 심을 웅덩이는

알맞는 깊이와 넓이 인지

물은 충분히 스몄는지

실눈 뜨고 살펴본 봄바람이

내 귓볼에 대고 속삭이네요.

장마에 물웅덩이에 빠지지 말고

술 취해 똥구덩이에 빠지지 마세요.

가을걷이에 빚더미에 빠지지 말고

아흔 살 전에는 절대로

무던 웅덩이에 빠지지 말아요.

귀엽게 호박씨를 까네요.

볼우물 씰룩댈 때마다

거름 냄새가 피어나네요.

오늘은 호박 심는 날

두근두근 봄바람이 나네요.

(그림 : 신재흥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