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심재휘

심재휘 - 고독한 배경

누렁이 황소 2017. 12. 11. 00:09

 

 

남쪽에서 불던 바람은

어디로 갔을까 어두워지면

더욱 선명해지는 꽃가지의

돌아선 어깨가 잠시 흔들리더니

우리 깊었던 시절의 그 꽃잎이 집니다

 

어쩌지 못하고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의 외로움을 지나치며 나는

꽃들의 향기와 그대의 발소리와

가지 끝에 걸린 나의

바람부는 밤들만 생각했습니다

 

꽃 진 가지 너머

창백하게 넓어진 하늘이

아무도 모르는 그 여윈 손으로

가지를 어둡도록 매만지는 걸

오랫동안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림 : 안기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