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장석남

장석남 - 분꽃이 피었다

누렁이 황소 2017. 11. 18. 11:27

 

분꽃이 피었다

내가 이 세상을

사랑한 바 없이

사랑을 받듯 전혀

심은 바 없는데 분꽃은 뜰에 나와서

저녁을 밝히고

나에게 이 저녁을 이해시키고,

 

내가 이 세상에 오기 전의 이 세상을

보여 주는 건지,

이 세상에 올 때부터 가지고 왔다고 생각되는

그 비애(悲哀)보다도 화사히

분꽃은 피어서 꽃 속을 걸어나오는 이 있다

저물면서 오는 이 있다

(그림 : 노숙자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