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정록

이정록 - 편지

누렁이 황소 2017. 7. 29. 21:01

 

가로등 밑 들깨는

올해도 쭉정이란다

쉴 틈이 없었던 거지.

 

너도 곧 새 직장이 생길 거야.

지나고 봐라. 사람도

밤낮 밝기만 하다고 좋은 게 아니다.

 

보름 아녔던 그믐달 없고

그믐 없었던 보름달 없지.

어둠은 지나가는 거란다.

 

어떤 세상이 만날 보름달만 있겠냐?

몸만 성하면 쓴다.

(그림 : 최정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