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정록

이정록 - 금강 하구

누렁이 황소 2017. 1. 13. 15:08


살다가, 정말이지 몸이 내 몸 같지 않을 땐 금강 하구에 가거라.

요 모양으로 싱겁게 살았구나, 갯물 들이켜는 강을 보아라.

이리 짜게만 출렁댔구나, 맹물 들이켜는 바다 보아라.

 

래도,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을 땐 금강 하구에 가서 절 올려라.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다고, 고개 숙여 들끓는 속마음 들여다보아라.

백팔 배, 귀 기울여 애끓는 곡절 들어보아라. 

 

살다가, 정말이지 오갈 데 없는 마음일 땐 눈물 콧물 질질 짜는 강물 보아라.

겨릅대 같은 갈매기 다리만 스쳐도,

바위너설 조개껍데기만 만나도 칭얼대는, 금강 하구 바다 보아라.

(그림 : 김기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