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생진

이생진 - 벌레 먹은 나무잎

누렁이 황소 2015. 10. 29. 16:29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그림 : 서정도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