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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 양파의 건축학시(詩)/시(詩) 2021. 4. 3. 17:24
문은 열려있을 거야
언제든지 방문해도 괜찮아
열린 문을 연다
누구 없니, 아무도 없는 거야
투명한 벽속에서 소음이 자란다
문을 열자마자 사라지는 방을 보며
이런 집은 처음이야
손을 뻗어 둥근 알전구를 켠다
초록색 필라멘트가 손잡이처럼 자란다
고백하기 좋은 방 앞에서
없는 문을 쾅쾅 두드려본다
열린 문과 닫힌 문 사이에서
간질거리는 발을 들고 방황한다
이해할 수 없는 건축물을
형이상적인 설계라고 생각한다
열려 있어 언제든 놀러와, 언제든
메아리처럼 목소리만 마중 나오는 방이라고
매운 눈물을 흘린다
집을 찾아가는 길에 농담처럼 허풍처럼
하얀 방이 사라진다
(그림 : 전도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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