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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영선 -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시(詩)/시(詩) 2019. 6. 3. 14:34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바닷길 곶자왈 돌빌레 구불구불 불편하여도
    우리보다 앞서간 사람들의 걷고 걸었던 흙길
    들바람 갯바람에 그을리며 흔들리며
    걷고 걸어도 흙냄새 사람냄새 폴폴나는길 그런 길이라네

    우리가 오래오래 걷고 싶은 길은
    느릿느릿 소들이, 뚜벅뚜벅 말들이 걸어서 만든 길
    가다가 그 눈과 마주치면 나도 안다는양 절로 웃음 터지는 그런 길
    쇠똥 말똥 아무렇게나 밟혀도 그저 그윽한 길
    느려터진 마소도 팔랑 팔랑 나비도
    인간과 함께 하는 소박한 길
    그런 길이라네

    정말로 정말로 우리가 가꾸고 싶은 길은
    모래언덕 연보라 순비기향 순박한 바당올레
    이 오름 저 오름 능선이 마을길 이어주는 하늘올레같은,
    돌바람벽 틈새론 솔솔 전설이 흘러들고
    그 길 위에서 아이들이 까르르 소리내면
    제주섬 올레도 따라 웃고,
    팽나무 등걸아래 자울자울 할머니
    설운 역사 눈물도 닦아주던, 그런 고운 마을 길
    그 길 위에 서면 너도 나도 마냥 평화로워지는 길
    그 길 위에 서면 너도 나도 그저 행복해지는
    그런 길이라네

    하여 우리가 찾는 길은
    자꾸만 넓어지는 길, 가쁜 숨 몰아쉬는 길이 아니라
    늦어도 괜찮다 기다려주는 길
    천천히 걸으면 황홀한 속살마저 보여주는 좁은 길
    과거와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길이라네
    진정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
    길 위의 마음 하나 길 위의 사람 하나, 하나가 되는 길
    흙의 깊은 마음과도 통할 줄 아는 그런 길
    사람의 길이라네
    어제 그 첫 번째 길 위에 너와 나 함께 서 있네

    (그림 : 채기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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